10여년간 사랑하던 두사람이 성격차이를 이유로 헤어지자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만나온 정이 있어 마지막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고, 평소 두사람이 즐겨 먹던 통닭구이를

주문하였습니다.

주문한 통닭이 나오자 남자는 늘 하던 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날개부위를 찢어서 여자에게 권했습니다.

그러자 그 순간 여자는 버럭 화를 내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당신은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나를 대해왔고, 이제 헤어지는 이 마당에서까지

그 모양인 참 딱한 사람이야, 지금껏 당신은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했는지 한번도 물어 본 적이 없었어.

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행동뿐이었지...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당신이 하는대로 놔두었고 말 안 했지만 나는 통닭의 다리부위를 좋아하고

날개부위는 싫단 말이야”라며 지긋지긋한 표정과 독기어린 말을 내뱉었습니다.

여자의 돌발적인 태도에 놀란 남자는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날개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를 양보하고 항상 너를 생각하여 떼어준건데 어떻게 그걸 이해 못하고

헤어지면서까지 화를 낼 수가 있단 말이야 !”

화가 난 두사람은 원수처럼 씩씩거리며 “잘 가라”는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박차고 문을 나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여자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정말로 나는 한번도 그 여자에게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떼어주면서 고맙게 여기겠거니 생각했지. 나의 선의의 행동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여자가 섭섭할 때도 많았고...

지금 와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일방적이었음이 틀림없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사과해서

여자의 마음을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여자는 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그 남자에게 온

전화임을 확인한 후 그냥 끊어버리고 말았고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여자는 화를 내며 아예 휴대폰의

배터리를 빼놓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이 깬 여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끝에 그러고 보니 자기자신도 그동안 남자가 날개부위를 좋아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살아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자기 좋아하는 부위를

나를 위해 양보해 온 그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맛있는 부위는 자기만 먹는다며 늘 뾰료통한

얼굴로 대해왔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헤어지긴 했지만 이제라도 사과해서 그의 섭섭한 마음을 풀어

주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였고, 이 남자가 어제 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인데 어찌하나 생각하며 망설이고 있는데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그남자가 오늘 새벽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전갈이었고, 그 휴대폰에 보낸 문자

메시지의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자기야 미안해, 우리 헤어지는 것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여자는 어젯밤 홧김에 자기 휴대폰의 배터리를 빼놓은 것에 대해 뼈아픈 후회를 했다.

‘나도 사실은 사랑하고 있는데... 여자는 회한으로 얼룩진 가슴을 안고 땅을 치고 끝없이 울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할 수도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