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화살은 이미 맞았으니, 제2의 화살은 맞지 않도록 하라?
 불교에 입문했던 시절에 읽었던 부처님의 본생담을 떠올렸다.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는데, "이 화살이 어떤 화살일까?" "누가 쏜 화살일까?"
"왜 나를 쏘았을까?"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머뭇거리면 안 된다는 글이었다.
 빨리 화살을 뽑고 독을 치료하는 것이 순서라 했다.

  그때 우리는 이 글을 읽고 "우리는 왜 태어난 것인가" 라거나
 "우리 전생은 무엇이었지?"라는 의문보다 먼저 현생의 업을 다스리는 수행에
 정진했던 것 같다. 생노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법이 무언가 열심히
 찾아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새 우리는 제2의 화살을 맞고 있었고,
 욕망의 깊은 늪을 헤메고 있었다.

  "제2의 화살을 맞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은 늘 욕심을 경계하라는 말씀이었다.
 중생들에겐 너무 힘든 주문이었다. 그래서 우리 도반들께서 돈을 버는
 이야기와 식구를 먹여 살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들이 생활을 위한 것이기
 보다 생존을 위한 것이라 항변했다. 불교는 가혹하다.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인간의 도리(다르마), 가치 있는 것의 추구(아르타), 해탈(목샤)와 함께
'욕망의 추구(카마)'를 추구하지 않던가. 욕망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지 않던가.
 욕망의 끝자락에 우리의 꿈이 꿈틀대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가 경험했듯이, 욕망의 떨기에는 너무나 허접한 욕심이
 드글거렸고, 우리는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추한 욕망을 키워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자꾸 깊은 욕망의 늪으로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았던가.
 우리는 늘 육체적 욕망이 현저한 현실 속에 머물렀고 정신적 고결이라거나
 여유는 잃고 살지 않았을까.

 우리가 사는 날이 80세 정도라 해도, 30,000일 정도일 뿐이다. 라면 12만 개를
 먹으면  인생은 끝이다. 성관회 거사림회원 거의가 반환점을 돌아,
 이제는 10,000일 정도가 남았다.
 쉽게 셀 수 있는날이 남아 있다. 무엇 또 욕망을 키울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제2의 화살을 경계하면 될 것이다.


 시인 고은은 젊은이들에게 노을을 보여주지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젊은이에게 쇠퇴와 소멸과 '패배적 이미지'를 가르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노을을  가르친다.
 생성과 활력도 가르치지만, 노을의 소멸도 가르친다. 인생이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죽는 것을 깨닫고 "버리고, 비우고,
 낮추는" 삶을 터득해야 옳으니까.

  김 석 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