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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학자인 주세붕은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을 돌아본 후 (청량산록)이라는 기행문을 남겻단다. 그 중 한대목을 읽어볼까?
"해동 여러 산 중에 웅장하기는 두류산(지금의 지리산)이고 깨끗하고 맑기는 금강산 이며, 기이한 명승지는 박연폭포와 가야산 골짜기다. 그러나 단정하면서도 엄숙하고 밝으면서도 깨끗하며 비록 작기는 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것은 바로 청량산이다."
한편 주세붕보다 여섯 살이 아래고 예안이 고향인 퇴계 이황은 청량산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자신의 호를 "청량산인'이라 짓고 이렇게 노래 하기도 했단다.
"청량산 옥류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 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나지마라, 주자가 알까 하노라,"
퇴계 이황이 청량산의 내청량사 가는 길 옆에 "오산당"이라는 집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 연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않고 있단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남명 조식과 함께 한 시대를 떨쳤던 이황은 조식 과는 달리 벼슬길에 여러차레 나갔어.
그러나 정치가이기보다 학자였던 그는 임금이 부르면 벼슬길에 나갔다가도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기를 몇차례 거듭 했단다. 그동안 풍기군수, 대사성 부제학, 좌찬성 등의 벼슬을 지냈고, 68세에 이르러 고향으로 완전히 물러 나왔지. 이황은 도산서원을 마련하기 전까지 이 곳에 "청량정사" 라는 이름의 집을 짓고 학문을 닦으며 제자들을 길러 냈단다.
연화봉 기슭에 자리잡은 내청량사와 금탑봉 기슭에 자리잡은 외청량사는 663년 원효대사에 의해 세워졌다고도 하고,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세웠다고도 해. 하지만 세워진 시기가 당시 의상이 중국에 있을 때이기 때문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게 더 믿을 만해 보인단다.
이후 오랫동안 비워진 채로 남아 있다가 송광사가 낳은 16국사의 큰 스님인 법장 고봉선사(1351~1428년)가 새롭게 고쳐 지었다고 하는구나. 다만 창건 당시 승당 등 27개의 건물이 딸린 큰 절이었다는 것만 전해져 올 따름이란다. 이 두 절은 비록 거리는 떨어져 잇지만 아주 가까운 관계란다. 내청량사의 연화봉 아래 유리보전이라고 씌어진 법당이 본전이고, 금탑봉 아래 외청량사의 법당을 응진전이라고 이름 붙인것도 그런 까닭에서이지.
유리보전 앞에는 가지가 세갈래인 소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어.
"봉화군지"에 의하면 봉화군 명호면 부곡리의 남민이라는 사람의 집에 뿔이 세 개 달린 송아지가 태어났어. 그런데 얼마나 힘이 세고 성질이 사나웠던지 연대사라는 절의 주지스님이 데려가 짐을 나르게 했대. 그 후 이 절이 완성되자 소는 힘이 다한 듯 죽어 절 앞에 묻혔단다. 그후 무덤에서 가지가 세 개인 소나무가 생겼기 때문에 "세 뿔 송아지 무덤"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구나. 이 절에는 별로 내세울 만한 불교 문화재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바위봉우리가 연꽃잎처럼 벌어진 가운데 들어 앉은 청량사 터는 대단한 명당임에 분명해.
이곳에는 신라의 명필 김생을 비롯한 고운 최치원과 고려 말 공민왕의 발자취가 전해지고 있단다. 금탑봉 아래 외청량사 응진전에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영정이 남아 있기도 하지. 청량사 맞은편의 청량산성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단다.
공민왕 16년(1361년), 10만의 홍건족이 압록강을 건너 쳐들어 오자 노국공주를 데리고 이천을 거쳐 이 곳에 온 공민왕은 청량산 근처에 솟아오른 축융봉 아래 청량산성을 쌓고 1년간 숨어 지냈던 오아대와 공민왕당, 그리고 군창의 흔적이 남아 있단다. 그 곳에는 그 때 새긴 바둑판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그것이 어느 곳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구나.
그러나 봉화 고을 사람들은 그 때 이 곳에 왔던 공민왕을 기억하며 그의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낸다고 해. 축융봉 산성은 둘레가 16km로, 선조28년에 관찰사 이 권일이 봉화 군수를 시켜 대대적으로 손보았다고 한단다.
"택리지'에는 함경북도의 칠보산, 평안북도의 묘향산, 경남 합천 가야산, 경북 봉화의 청량산 등, 네 곳의 산이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여덟 산과함께 나라 최고의 명산이라고 적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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